본문 바로가기
기묘한 이야기 _ 단편소설

우주택시 우동이즘 단편소설

by 우동이즘 - Udonism 2020. 2. 1.
728x90

<우주택시>

 

"화성까지 편도로도 가나요?" 

달 정거장에서 지구로 돌아가는 손님을 받기 위해 정차 중이었는데 

대뜸 어떤 여자 손님이 말을 걸어왔다. 

 

"화성에서는 돌아오는 손님 받기 힘들어요. 왕복으로 밖에 안 갑니다" 

 

내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다시 말을 건넸다. 

"요금은 왕복요금으로 드릴 테니, 편도로 갑시다" 

 

왕복요금이라면 나로서도 거절할 이유는 없다. 

화성까지는 꽤 먼 장거리 여정이고 

그 정도의 택시비라면 지구나 달로 오는 손님이 생길 때까지 

편하게 먹고 자며 기다리고도 남을 돈이기 때문이다. 

 

행여나 운 좋게 손님이 바로 구해지기라도 한다면 따블 요금이나 다를 바 없는 거 아닌가?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뒷문을 열어주었고 

여자는 짐이 많다며 트렁크를 열어달라고 했다. 

대용량 캐리어 가방만 5개 분량이었다. 

두 개는 트렁크에 한 개는 남은 두 개는 뒷자리에 쌓아 실었고 

여자는 오른쪽 뒷자리에 앉았다. 

 

손님에게 안전거래 계약서를 내민 뒤 

손님이 서명을 하는 걸 확인 한 뒤 택시를 출발시켰다. 

 

달과 지구가 저 멀리 멀어지는걸 여자 손님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화성으로 장기간 여행 가시려나 봐요?" 

그녀가 백미러 사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짐이 엄청 많으시길래요... 하하" 

여자는 대답이 없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서 우주택시가 빨라졌다 해도 

화성은 장거리 중의 장거리 운행이다. 

전파하나 잡히지 않는 우주공간에서 일하는 우주택시기사들은 

항상 고독과 싸워야만 한다. 

긴 시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손님과 대화를 하는 것뿐 

아무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더라도 

긴 시간 동안 혼자서 택시를 운행하는 건 회사에서도 금기시하는 행동이다.

 

소리의 부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우주택시기사일을 오래 한 사람들은 대부분 광장 공포증 공황장애를 

직업병으로 가지고 있다. 

손님 또한 깊은 어둠뿐인 적막한 우주 속 불안감속에서 

기댈 수 있는 건 택시기사와의 대화뿐이다. 

 

장거리 운행을 마친 손님과 기사 사이에서는 

끈끈한 마치 전우애와도 같은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었으며, 

가끔 손님과 기사 사이에 성격이나 성향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때면 

그만큼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또 없기에 대부분의 장거리 손님은 

장거리 여행 전 기사를 선택할 때 먼저 근처 카페에서 기사와 대화를 신중히 나눠보고 

택시를 탈지 말지를 선택하는데 기사에게 있어서도 이건 당연한 일이다. 

 

한 번은 말수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작은 손님을 태운적이 있는데 

지금의 공황 증세는 그때부터 비롯된 것이다. 

 

어쨌든 그만큼 장거리 운행간 손님과 기사의 궁합은 중요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번 운행에서 이야기를 몇 번 나눠보지도 않고 

택시를 출발시킨 것일까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쯤 

그녀가 입을 뗐다. 

 

"화성 테라포밍용 조류 배송하는 거예요" 

(*테라포밍 : 지구외의 다른 천체에 생물이 살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지구의 극지방이나 연료통 안에서도 조류는 살아남는다고 했고 

지구 녹지화 천년 사업 때도 과거 사막 한가운데서 가장 먼저 한 게 

조류를 뿌려 번식시키는 것이라고 들었다. 

 

"조류번식이 화성 테라포밍에도 쓰이는 거군요?"

 

사실 조류가 테라포밍에 쓰이든 말든 크게 관심은 없었다. 

망망대 우주 고요해진 택시 안에서 그녀가 대답을 해준 것이 마냥 기쁠 뿐이다. 

 

그녀는 조류가 화성의 바위들을 부식시켜 흙을 만들고 

유기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나도 녹조류에 해당하는 마리모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사실 난 식물이든 동물이든 제대로 끝까지 키워본 적이 없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 살던 개들은 항상 몇 년 안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내가 맘먹고 키운 식물들은 몇 달 지나지 않아 말라죽거나 병에 걸려 죽었다. 

웬만해선 죽지 않는 선인장까지 죽어있는 화분을 발견한 전 여자 친구는 

내게 식물 연쇄살인마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너무 많은 관심을 줘서도 너무 관심을 주지 않아도 안 되는 게 원칙이라던데 

식물은 참으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어느 날 전 여자 친구는 내게 마리모 두 마리가 들어있는 예쁜 유리병을 선물해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만 갈아주면 150년까지도 살아있을 거야" 

"150년이라.. 정말 오래 살아야 이 녀석들을 책임지고 갈 수 있겠군" 

 

손님과의 대화가 잠깐 끊겼을 뿐인 지금 이 순간에도 공황장애 증상이 스물스물 올라오려는데 

물만 갈아준다면 150년을 살 수 있다니 참으로 편리한 생명체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뒷손님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럴 땐 그냥 솔직히 손님께 털어놓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가 우주택시기사들의 광장 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녀는 잠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계속>

 

 

 

 

우주택시

"화성까지 편도로도 가나요?"  달 정거장에서 지구로 돌아가는 손님을 받기 위해 정차 중이었는데  대뜸 어떤 여자 손님이 말을 걸어왔다.  "화성에서는 돌아오는 손님 받기 힘들어요. 왕복으로 밖에 안 갑니다"  내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다시 말을 건넸다.  "요금은 왕복요금으로 드릴 테니, 편도로 갑시다"  왕복요금이라면 나로서도 거절할 이유...

udonism.postype.com

 

 

우동이즘 스토리작법 - 기묘한 이야기 (단편선)

기묘한 이야기 컨셉의
짧은 단편 소설들 입니다.
4천자 ~ 1.5만자 사이로 분량은 랜덤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udonism.postype.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