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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_ 단편소설

기묘한 이야기 머리카락 생명체 단편소설 우동이즘

by 우동이즘 - Udonism 202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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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로 구성된 몸이 있고 혈액이 흐르고 호흡을 한다면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느 날 욕실에서 갑자기 태어났다. 

나의 부모는 30대 초중반 정도의 여성. 

 

그녀는 샤워 도중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냈고 

잘린 머리카락은 물줄기에 의해 수채 구멍 부근으로 흘러 뭉쳐졌다. 

 

 

 

 

 

 

머리카락과 흐르는 물로 엉켜진 수채 구멍은 

공기구멍이 막혔다 열렸다 기이한 소리를 내며 움츠러들었다 쪼그라들었다를 반복했고 

그 모습은 마치 털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호흡을 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약혼자와의 파혼으로 더 이상 삶에 희망이 사라진 상태였다. 

욕실에 몸을 담근 그녀는 손목을 긋고 서서히 죽음을 기다렸다. 

 

그녀의 피는 넘쳐흐르는 물과 만나 기이한 호흡을 하는 머리카락 수채 구멍으로 

흘러 들어왔고 

 

그녀의 피가 머리카락과 닿아 호흡을 시작했을 때 내가 태어났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몸이 되었고 그녀의 피가 곧 내 피가 되었다. 

나는 수채 구멍으로 호흡하는 머리카락 생명체로 탄생된 것이다. 

 

 

 

 

 

 

"후 우우" 

"피유" 

"후 우우우" 

"피유" 

 

 

 

 

 

 

 

내가 숨을 쉴 때마다 화장실 수채 구멍에선 기이한 소리가 났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피가 멈추는 순간 

혹은 물줄기가 멈추는 순간 나의 자아는 사라질 것이라는 걸.. 

 

이제 갓 태어난 자아 지만 

삶에 미련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가능하면 오래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삶이 길어질수록 그녀의 죽음은 가까워진다. 

 

열심히 살아지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 당장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나는 근육이 없어 내 몸을 나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폐가 없어서 스스로의 의지로 숨을 쉴 수도 없었다. 

나는 피부가 없어서 혈액을 담아두지도 못했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흐르는 물줄기와 그녀의 손목에서 흐르는 혈액으로 

수동적으로 살아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것 외에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살고 싶다. 더 살고 싶다 

그녀가 죽는 건 싫다. 

그래도 살고 싶다. 

 

 

 

 

 

 

 

"후 우우" 

"피유" 

"후 우우우" 

"피유" 

 

 

 

 

 

 

 

이 필사적으로 오묘한 감정은 내 안에서 엮이고 엉켜갔고 

동시에 내 몸 또한 조금씩 더 엉키고 엮여가며 단단하게 구성되기 시작했다. 

 

나는 지식이 없다. 

이제 갓 태어났을 뿐이기에 어떻게 해야 그녀를 살릴 수 있는지 

내 존재가 무엇인지 이 곳이 어디인지 이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아무것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그녀가 죽어가고 있고 그로 인해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죽음의 사자일까. 

저승사자라는 게 정말 있다면 이때의 나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생각을 좀 더 단순하게 해 보기로 했다. 

아니 어차피 단순한 생각 외에는 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했을까. 

 

어떻게 생각해도 

그녀와 내가 모두 살아남을 방법은 없었다. 

 

그녀가 살아나고 얼마 후 내가 죽게 되거나 

그녀가 죽고 얼마 후 나도 따라 죽게 되거나 

둘 중 하나뿐이었다.

 

 

어차피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진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녀를 구할 생각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머지 부분 포스타입에서 마저보기> 

https://udonism.postype.com/post/544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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