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중순 무렵이었다.
에이전시 PD로 있는 친구에게 대뜸 전화가 왔다.
제주도에 있는 <웹툰 캠퍼스>라는 곳에서 5주간 머물며 수업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페이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여행을 가고 싶어 팔딱팔딱 뛰고 있는 내 마음이
제발 그 일을 거절하지 말라며 절규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부천에 있는 <만화 영상 진흥원>의 작업실을 사용 중이 었는데
10년이 넘는 프리랜서 작가 생활 중
가장 넓고 청결하고 인프라가 잘 조성된 작업실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작업도 잘되고 있었고 딱히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제주도로 간다는 설렘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집중력을 깨뜨리면서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여러 고민이 머리를 동시에 스쳐 지나갔지만
작업실이야 어차피 5주 뒤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이고,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해 갑갑한 마음이 워낙 컸기에
결국 그 일을 거절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제주행을 결정했다.
제주도는 자차를 끌고 가기로 했다.
5주 동안 제주생활을 하려면 당연히 '차'가 필수였다.
렌트를 할 수도 있었지만 여러 계산을 해 본 결과,
자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제주도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울산을 들렀기 때문이다.
<울산 콘텐츠 코리아 랩>이라는 곳에서 1박 2일 특강이 잡혀있었는데,
이 일의 경우 유튜브를 보고 섭외가 들어온 경우였다.
1박 2일 특강 치고는 페이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경우라 할까 말까 고민했었던 일이었다.
이 일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담당자와의 통화 중에 있었던 상황 때문이었다.
"다른 웹툰 작가 한분 더랑, 일러스트 작가 한 분을 더 구해야 하는데 섭외 정말 쉽지 않네요~"
섭외 전화를 받은 내 반응이 조금 미적 찌근 했던 탓일까?,
섭외 담당자의 입에서 아주 잠깐, '일의 힘듦'이 튀어나왔다.
그렇다.
일반인이 작가를 섭외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 누구를 통해 섭외를 요청해야 하는가?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내성적이기에 "특강일" 같은 건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게 중 "특강일"을 하는 몇몇의 작가들에게 운 좋게 연락이 닿는다 하더라도,
그 작가가 연재 중이라면 그마저도 일의 연이 닿지 않게 된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만화 창작 스튜디오와 만화 영상 진흥원 작업실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고
일반인보다 작가들 연락처를 더 많이 알고 있는 내게, 작가 섭외 정도는 큰일이 아니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제가 나머지 작가분들까지 다 섭외해서 함께 가겠습니다!"
섭외 담당자를 도와주려는 선의의 의도가 가장 먼저였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내게 너무 쉬운 것이라면,
게다가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일이라면, 약간의 수고 정도는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작가들과 함께 특강을 진행한다면,
일이라는 느낌보다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 것 같았고,
그런 경우라면 페이가 조금 작더라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담당자는 내 말에 크게 기뻐하며 자신도 계속 알아볼 테니 혹시 구해지면 알려달라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고,
나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주위 작가들 중 누구를 섭외할까를 고민해보았다.
일러스트 작가는 포트폴리오와 경력이 중요했고,
웹툰 작가는 최소 2번의 연재는 완료한 경험이 있는 작가여야 했다.
일러스트 작가는 창작 스튜디오 시절 잘 알고 지내던 일러스트계에서는 유명한 장석우 작가에게 부탁을 했고,
웹툰 작가는 친구작 가를 통해, 당시 막 두 번째 연재를 마친 이대행 작가에게 부탁을 했다.
두 작가 모두 흔쾌히 함께 해주기로 했고
결국 각자 간의 장기를 살려 특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5주간의 제주행 중 프롤로그에 해당했던
<울산 콘텐츠 코리아 랩> 1박 2일 특강은 아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날 오후, 특강이 끝난 뒤, 두 작가는 KTX로 각자의 작업실로 복귀했고, 나는 차를 끌고 목포로 향했다.
울산 수업 후 목포에서 배를 싣고 제주에서 첫날을 보내기까지의 여정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남겨두었으니 혹시 궁금하신 분이라면 아래 영상을 보도록 하자!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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