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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일간의 명상. 그리고 발견.

by 우동이즘 - Udonism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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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6주간 특강차 내려가있던 1달반 기간중

우연찮게 호기심으로 명상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던 날이있다.

 

2020년 11월 14일 토요일  늦가을쯤 이었다.

 

처음엔 마냥 좋았다.

나 자신과의 대화라는 것이 새롭기도 했고 뇌가 활성화 되는 느낌도 들었고

이 것을 꾸준히 하면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었다면 1순위는 "호기심" 이었을 것이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매력적인 사람들.

자신을 드러내는데 숨김과 꾸밈이 없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대화하고 표현을 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리고 명상에 그 답이 있을 것 같았다.

 

 

 

 

난 다시 부천으로 돌아왔고 일상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심각해지며 카페를 이용하기 힘들어 졌고 난 다시 제주도로 향했다.

카페가 아닌 곳에서는 글작업이 잘 되지 않는데, 당시 책집필 계약을 했었기 때문이다.

실무적인 이유는 그것이었고, 제주도에서 조금 더 순수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동네에서 완전한 혼자가 되자 아주 힘든 날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친구는 고통이라는 말 대신 불편이라는 말을 쓰라고 했지만 그 것은 고통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20대때 만해도 그런 고독과 쓸쓸함을 즐길 수 있었다.

쓴 커피를 마시고 난 뒤의 텁텁한 같은 것.

그런 공기에서 창작열이 불타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음의 맷집이 작아진 것일까, 명상으로 인해 예민해 진 것일까

알 수 없는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

 

조금 괜찮아졌다가 다시 힘들어 졌다가를 반복했다.

도중에 며칠은 명상을 하지 않은 날도 있었고,

호흡명상에 집중이 되지 않아 차명상으로 바꿔본 날도 있었다.

 

 

 

 

 

어느날 아침은 맑은 하늘이 야속했고

어떤 날은 눈보라 내리치는 밤조차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의 감정은 일정 수준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려 하면 밀려났고

빛으로 나가려 하면 어둠으로 끌어당겨졌다. 

내안에 무언가 커다란 방어기재가 있는 것 같았다.

 

 

 

 

 

 

명상 83일차.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다.

검은색의 정체를 오늘에서야 찾아냈다.

 

그 것은 30몇년전 유치원생 이었던 나였다.

장농 속에 갇혀있던 나였다.

 

회초리에 종아리가 매일같이 터져나가던 나였고

이불 속에서 부부싸움 소리가 무서워 벌벌떨던 나였다.

한번은 새엄마가 이불에 오줌을 싸는 나를 장농 속에 가둔적이 있는데

난 오히려 그 안이 편했다.

그곳은 좁고 어두웠지만 누구의 위협도 없는 곳 이었기 때문이었다.

몇시간이나 흘렀을까? 장농의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 잠든 나에게 새엄마는

 

"열어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는 곰" 이라는 말을 했다.

 

 

 

 

 

 

 

나를 빛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붙잡고 함께 있어달라고 

숨죽여 두려움에 떨던 아이는 유치원생 이었던 나였다.

 

이제서야 발견한 것이 미안하고 슬퍼서 30분을 내리 울었다.

명상을 하려고 눈을 감으려 할때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해 30분을 오열 했던 것 같다.

 

발견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오랫동안 내 안의 나들을 가만히 응시 했기에 겨우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좁고 어두운 장농 안에서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숨어 있었을까?

 

여러명의 새엄마를 맞이했고 헤어졌었다.

아이의 장농문은 그 경험속에서 더 문을 굳게 걸어 잠궜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내가 알아차렸다.

그 아이는 그 곳에 숨어있고 조용히 숨죽여 밖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는 것을.

 

"네 잘못이 아니다" 라고

"그 곳에서 나와도 괜찮다" 라고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행복하고 따듯한 말들을 건네줄 것이다.

 

마음으로 도와주신 은지 선생님, 동윤이

항상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우성이, 그리고 언제나 그 곳에 있어주는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마음 깊이 느끼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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